w.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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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제나 내 우주에 있고
너에게도 우주가 있다면
그곳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안재동, 내 안의 우주


너의 우주는 너무 넓어서 미도리야, 나는 그 광활한 우주를 헤엄치는 중이다. 꼬르륵, 고갈된 애정에 숨이 막혀 허우적대는 내가 보이긴 하는 지. 넓은 네 마음 속에 고립된 나는 홀로 둥둥 헤메고 다닌다.
"…미도리야."
너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슈트를 챙겨 입는다.
"잠시만, 금방 출동 다녀올게. 그때 계속 얘기하자?"
"미도리야."
"응, 다녀올게."
볼에 닿는 입술의 감촉이 찌르르,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돌아나서는 네 손목을 잡고 쾅! 문을 닫았다.
"안 가면 안돼?"
서글픈 내 눈이 보이는지. 제발 내 머리 속이라도 샅샅히 뒤져봤으면. 난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이렇게 필사적인데. 콩, 머리와 머리가 살짜쿵 부딪힌다.
"왜 그래, 토도로키군. 평소답지 않네. 금방 다녀올 거야.
"……"
"나 데쿠야. 올마이트를 잇는 세계최고 히어로. 나 믿지?"
믿지 못한다. 너는 전에도 그렇게 떠나갔음을 기억하기에.
"꼭 돌아올게."
믿지 않는다. 네가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이 갈까?"
차라리 너와 함께 죽고 싶어.
"안돼! 넉달만에 갖는 오프잖아. 확실히 쉬어야 다음에 좋은 컨디션이 되지. 따라오는건 절대 안돼!"
"…꼭 돌아와. 약속이다."
"응. 꼭 돌아올 거야."
네가 나간다. 초조하게 거실의 TV를 키고 기다린다.
-"아아아! 방금 데쿠가 마지막 시민을 구출했습니다! 오늘도 승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대기 시작한다. 곧, 곧. 곧 저 구덩이가 꺼지면서 저 관람객들이 전부 내려 앉는다. 그런 것 처럼 보인다.
"위험!"
데쿠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한 발을 내딛자마자 푹, 가느다란 실이 그의 몸을 관통한다. 아아, 아아아. 우주에 금이 간다. 쩌적, 쩌억 쩍 균열이 입을 크게 벌리고 우주를 집어 삼킨다.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
-"이게 무슨 일인 거죠? 데쿠의 심장에서부터 검은 것이 그를 집어 삼키는 모양새로 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빌런인 걸까요?"
그건 빌런이 아니었다. 그건, 히어로를 집어 삼키는,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그것에 삼켜진 자는 가장 행복한 날과 가장 최악의 하루가 거듭 반복된다. 히어로의 자아는 부셔지고 풍화되어 이내 개조인간처럼 빌런 군대가 되어버린다.

미도리야, 너의 우주는 너무 따듯해서 나는 그것에 너무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가 없는 세상에 절망했다. 나보다 구조에 힘쓰는 모습에 불만스럽다가도 그런 네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나날들. 나는 그것이 너무 그립다. 볼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군. 토…, 일어…"
"토도로키군!"
그리운 목소리에 눈이 확! 떠진다. 놀란 표정의 네가 나를 보고 있다.
"미도리야. 미도리야, 미도리야."
너를 부른다. 목이 쉴 때까지 부르고 또 불렀다. 울고 또 울었다. 네가 살아있다. 네가 나를 바라본다. 네가 숨을 쉰다. 정말 너다, 미도리야. 나는 그걸 깨닫고 바로 너를 껴안았다.
"어,어어, 토, 토토, 토도로키군!"
당황한 네 목소리는 알바가 아니다.
"사랑한다. 죽지 마라. 날 두고 가지 마."

고백하는 그 말씨가 얼마나 가슴을 울렸는지. 미도리야는 영문을 모르는 행동에도 괜시리 눈이 시큰해지고 토도로키를 달래줬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괘, 괜찮아. 안 죽을 거니까!"
상냥한 거짓말쟁이의 최고의 거짓말에 토도로키는 사무치는 마음을 모른 척하고 또 넘어간다.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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